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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의 그늘> "귀농 이렇게 하면 망한다" 고수들이 전한 예방책


천천히 공부하면서 철저히 준비해야..'대박' 노리지 말고 소박하게 내가 좋아하는 일부터 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 필수
출처: 연합뉴스           

 


천천히 공부하면서 철저히 준비해야…'대박' 노리지 말고 소박하게

내가 좋아하는 일부터 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 필수


(전국종합=연합뉴스) "하다가 안 되면 시골서 농사나 짓지…"

인생 황혼기에 시골에 살면서 농사나 짓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출발했다면 꿈을 깨라.

사전준비 없는 '묻지마' 귀농 귀촌은 쫄딱 망하기 십상이다.

귀농 귀촌으로 인생 2모작을 준비하려는 초보들에게 권하는 전국 각계 고수의 한 수는 이렇다.


◇ 현장을 딛고 공부부터 해라


도시와 농촌은 환경, 생활방식 등 삶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귀농·귀촌 준비를 위해서는 사전교육이 필수다.

준비 단계부터 차근차근 해야 할 공부가 수두룩하다. 농어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농어촌에서 살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배워야 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만큼 사전준비와 결심 단계까지 꼼꼼한 공부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귀농귀촌진흥원이 추진하는 핵심 사업은 바로 '귀농·귀촌 교육'이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귀농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까지 3∼5년, 귀농 후에도 적응하는데 2∼3년이 걸린다는 생각으로 배워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남식 강원 홍천군 창조마을추진단 귀농귀촌지원담당은 "도시민은 반드시 교육을 통해 농촌문화와 삶의 방식을 사전에 알아야 한다"며 "다양한 지역정보와 기초지식을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 귀농·귀촌 상담창구를 통해 지역 정보, 귀농귀촌 선배 탐방, 농사현황 및 유망작목 정보를 수집하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어디로 갈지 평소에 관심을 두고 지역 여건과 정보를 익혀두는 것이 좋다.


◇ '대박' 노리지 말고 소박하게 시작해라


농촌에 살면서 농사를 짓는 것은 굉장히 고달프고 힘든 삶이다.

불볕더위와 강추위를 견뎌야 하는 것은 물론 각종 악조건 속에서도 힘든 노동이 쉼없이 이어지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도시처럼 일한 만큼 금방 수입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아니다. 논밭에 작물을 심고 피땀을 흘리고 공을 들여야 작물이 서서히 자란다.

작물은 커녕 잡초만 무성한 땅만 바라볼 수도 있다.

귀농 직후 초기에는 아예 수입은 포기해야 한다며 실패의 쓴잔을 마셔본 선배들은 훈수한다.

귀농 6년차이면서 충북 영동군귀농협의회를 이끄는 최규찬(60) 회장은 "농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일단 부딪혀 보자는 막무가내식 귀농은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농식품부 통계에 나타난 농업부문 평균 소득은 3.3㎡당 논 농사는 2천500원, 밭 농사는 3천500원, 과수는 1만원에 머무는 농촌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처음부터 일을 크게 벌이면 망한다.


도시보다 훨씬 저렴한 땅값만 믿고 넓은 땅부터 덜렁 사고 새집 짓는 생각부터 한다면 오산이다.

농사도 비싼 농기계부터 사서 시작한다면 위험하다.

처음부터 귀농·귀촌을 위한 무리한 투자는 화를 자초한다.

마치 부동산 투자하듯 땅을 사려고 덤벼들면 인생 이모작은 시작부터 파탄이 날 수 있다고 고수들은 입을 모은다.

하영택 농협밀양시연합사업단장은 "시골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사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며 "섣부른 투자는 절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작은 집에서 내 체급에 맞는 농사를 조금씩 시작해야 첫걸음부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김현준 영동군 귀농귀촌팀장은 "귀농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꼼꼼하게 영농계획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 3∼4년간 농업소득이 없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자금 운용계획을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웃과 어울리고 가족은 뭉쳐야


경남 창녕군은 지난해부터 지역 귀농귀촌인과 주민 간 화합 한마당 행사를 열고 있다.

그 만큼 귀농 귀촌인이 주민 속으로 쉽게 파고들지 못한다는 증거다.

도시생활에 익숙하던 귀농·귀촌인은 농촌 원주민과는 아예 생활 습관이나 문화·정서에서 큰 거리감을 느낀다.

김영기 울산시 농업정책과 사무관은 "귀농 준비가 부족하고 귀농 마을 주민과 유대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면 실패한다"고 조언했다.

이질감이 깊어질수록 귀농귀촌인은 적응에 힘들어하고 주민은 배척감만 생긴다.

막걸리 한통으로도 주민 속에 파고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부부 일체감 형성이다. 귀농·귀촌 전에 충분히 교감하고 마음을 맞춰야 한다.

귀농 이후 부부간 불화가 심해지는 사례도 잦다.

가족이 함께 귀촌하지 않으면 무조건 실패다. 혼자서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것이 농사다.

곁에 있는 아내 내조는 농민에게 가장 큰 힘이다.

자녀 나이도 고려해야 한다.

선배들은 자녀가 한창 공부하는 초중고교 때보다는 대학 진학 시점에 결심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아이들 등하교에 장시간 매달리면 일도 못할뿐더러 자녀도 통학 피로 등으로 공부에 지장이 생긴다.


◇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작물 종류도 여러가지인 것처럼 농사도 다양하다.

특히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분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야가 좋다고 고수들은 조언했다.

부추의 경우 앉아서 꼼꼼하게 작업해야 하는데 성격이 세심한 사람들만 할 수 있다.

그런 체질이 아닌 사람들은 30분도 앉아 있기 어렵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듯이 농사에도 자기 몸에 맞는 일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면 다소 힘들어도 즐겁게 하거나 잘 견뎌낼 수 있다.

특히 내 건강이 감당할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고 전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부터 조금씩 시험하듯 시작하기를 추천한다.

시험처럼 일을 시작하는 것은 사계절 변화무쌍한 기후와 천재지변 등 수많은 변수를 견뎌낼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흙건축연구소 '살림' 김석균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귀농을 무겁게 생각하지 말라"며 "내가 머무를 수 있는 곳을 따뜻하게 만들어라"며 귀농·귀촌 팁을 제공했다.


◇ 팔지 못하면 망한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판매다.

농산물은 오래되면 썩기 때문에 제때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판로 개척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귀농인들은 농작물을 수확해 놓고 팔리지 않아 밭이나 창고에서 썩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규상 경북 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는 "귀농인 대부분이 새로운 작물, 특이한 작물을 찾는데 혼자 농사를 짓고 판로를 개척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며 "작목반 등을 형성할 수 있는 해당 지역 주류 작물을 선택해야 정책지원을 받기 쉽고 농사와 판매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고수들은 다시 강조한다. "체급에 맞게 천천히 시작해라고"

귀농 귀촌을 시작하려면 조급한 마음부터 버리고 느긋하게 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귀농은 결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 만큼 좋은 면만 보고 성급하게 뛰어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서정돌 기장군 농업기술센터 기술담당관은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이 안정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돈을 날리면 오히려 불행해진다"며 "1∼2년 충분히 공을 들여 직접 보고 체험한 후에 귀농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충고했다.


(최병길 임보연 박병기 장영은 홍인철 전승현 이승형 노승혁 차근호 한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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