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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의 공식구 피버노바는 기존 축구공에 비해 반발력, 회전력, 탄력, 컨트롤 능력을 향상시킨

첨단과학의 쾌거라고 평가되었다. 그렇지만 유로 2004의 공식구인 로테이로, 이번 2004년 올림픽의

공식구인 펠리아스, 이런 식으로 축구공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의 피버노바(fevernova)는 ‘열정’을 뜻하는 피버(fever)와 ‘별’을 뜻하는 노바(nova)의

합성어로, 우리 가슴에 ‘열정’을 불러일으키면서 반짝이는 ‘별’과 같은 추억을 남겨 주었다.

2004년 올림픽의 펠리아스(pelia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데,

이 공은 우리에게 8강이라는 절반의 신화만 만들어 주었다.

축구공의 기하학적 명칭은 깎은 정20면체(truncated icosahedron)이다. 깎은 정20면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먼저 정다면체인 정20면체부터 살펴보자. 정다면체는 각 면이 모두 합동인 정다각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꼭지점에 모이는 면의 개수가 같은 다면체를 말한다.

정다면체는 정4면체, 정6면체, 정8면체, 정12면체, 정20면체의 다섯 가지가 있는데, 2,500년 전의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이미 이러한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다섯 개의 정다면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세상을 구성하는 다섯 요소와 연결시켰고, 그러한 이유로 정다면체를‘플라톤의

입체’라고도 한다.

정다면체 중 가볍고 날카로워 보이는 정4면체는 불을 상징하고, 둥근 모양의 정20면체는 유동성이 높은

물을 나타낸다. 또 상자 모양의 정6면체는 견고해 보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특성을 지닌 흙과 연결되고,

정8면체는 마주보는 꼭지점을 잡고 쉽게 돌릴 수 있으므로 공기의 불안정성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12는 12간지, 황도십이궁과 같이 우주와 깊은 관련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12면체는 우주를

나타낸다고 보았다.

정20면체는 20개의 정삼각형과 12개의 꼭지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꼭지점에는 정삼각형이 5개씩 모여 있다.

축구공을 만들기 위하여 우선 정20면체의 각 모서리를 3등분하고, 각 꼭지점을 중심으로 잘라낸다.

한 꼭지점에 5개씩의 정삼각형이 모여 있으므로 잘라낸 면은 정오각형이 되며, 이러한 정오각형은 꼭지점의

개수 만큼인 12개가 생긴다. 또 원래 있던 20개의 정삼각형은 세 꼭지점에서 각각 잘리게 되므로 정육각형이 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12개의 정오각형과 20개의 정육각형으로 이루어진 깎은 정20면체로, 가죽으로 이런

다면체를 만든 후 바람을 넣으면 축구공이 만들어진다. 현재와 같이 32개의 면을 갖는 축구공의 원조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 등장한 텔스타(telstar)이다.

축구공 모양은 화학 분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85년 탄소 원자 60개로 이루어진 C60가 실험실에서

합성되었는데, 이를 발견한 과학자들은 그 공로로 199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C60의 별명은 ‘축구공(buckyball)’인데, 그 구조가 축구공과 같은 깎은 정20면체로 60개 꼭지점에 탄소 원자가

하나씩 위치하기 때문이다. 축구공이 무수히 많은 발길질에도 끄떡없듯이 C60는 대단히 높은 온도와 압력을

견뎌낼 수 있는 안정된 구조를 갖고 있고 방사능에 대한 저항력이 커서 나노 기술 등 여러 방면에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박경미(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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