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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스킷 - 신대륙의 전설'에 나오는 기수의 체중감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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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를 타는 기수에게 체중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선천적으로 체격이 작고 체중이 적은

기수도 많았지만 대체로 체중 감량의 고민은 상상을 넘어섰습니다. 시비스킷 책에는

그러한 기수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작>

경주마를 타는 기수들은 체중계를 “오라클 - 신의 계시”라 불렀다. 기수는 마구와 안장

등의 기본 중량을 제외한 무게 이상의 체중을 넘어서면 말을 탈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기수에게 250그램 내외의 체중 변동을 유지해야했고, 수준급 경주에 나서려면 50킬로그램

이하의 체중이 필요했다. 체중이 가벼울수록 출전 기회도 늘어났다. 그들은 “다리를

잘라내는 것을 제외하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수는 체중 감량을 위해 과격한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하루에 600칼로리 이하를

섭취하는 충격 다이어트였다. 레드 폴라드(시비스킷의 기수)는 1년 동안을 달걀만 섭취하며

버텼고, 또 다른 기수는 햇볕에 말려진 푸석한 양배추로 허기를 달랬다. 수분은 그 자체

무게 때문에 기수의 최대 적이었다. 음료를 마시지 않으려 노력했고, 음료수 캔에 구멍을

뚫어서 한번에 한두 방울 씩 마시는 방법을 택했다. 물을 보거나 흐르는 소리를 듣는 그

자체는 이들에게 고문이었다. 그래서 말을 씻기는 곳을 피하기 위해 멀리 돌아다니기도 했다.

말 위로 흐르는 지저분한 세척 물을 보는 것조차도 두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기수의 한계체중은 너무 낮았으므로 단식이나 수분 절제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적은 양의 수분이나 음식이라도 일단 몸에 들어오면 바로 배출시켜야 했다. 많은 기수는

손가락을 목안에 넣어 토해내곤 했다. 침 분비를 위해서 껌을 씹기도 했는데 어떤 기수는

몇 시간 만에 200그램이 넘는 침을 뱉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장거리 달리기”를 포함하는 기발한 코스가 더해졌다. 이 방법은 레드

폴라드 역시 애용했는데 두꺼운 속옷과 잠바를 껴입고 머리와 어깨에는 방한용 털모자와

두터운 담요를 두른 상태로 트랙을 계속 달리는 것이었다. 물론 한 여름 뙤약볕이 제일

적당했다. 기수가 방한복을 입고 함께 뛸 때면 발걸음을 뗄 때마다 신발에서 땀이 솟구쳐

오를 정도였다. 달리기가 끝나면 터키탕에서 다시 한 번 땀을 뺐다.

대부분의 기수는 다양한 약품을 사용했다. 설사는 기수들에겐 아주 친숙했고, 일부는

배변 전문가라고 부를 정도였다. 체중계에 올랐다가 과체중이다 싶으면 곧장 화장실로

뛰어가서 약품으로 장을 비웠고 다시 돌아와서는 제한 체중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일은 장 청소약이나 하제(대변 촉진제), 또는 구역질나는

드링크를 이용하여 이루어졌다.

프렌치라는 사람의 새로운 하제약(슬림 짐)은 얼마나 지독한지 “간단하게 말하면,

그 약으로 충분히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라고 기수가 말할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창자가 끊어지는 심한 고통 때문에 기수들이 기피하였고 약품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체중감량에 필사적인 기수에게는 또 하나의 마지막 수단이 있었다. 단순한 알약이었는데

다름 아닌 촌충 알이 들어있었다. 배속에서 부화한 기생충은 기수들의 영양소를 빨아들였다.

당연히 수 킬로그램의 체중이 마술처럼 사라졌다. 만약 기수가 너무 쇠약해지면 병원으로

달려가 유충을 제거하고는 다시 새 알약을 삼키는 식이었다.

신체에 필요한 기본 요소를 거부함으로써,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치명적인 탈수와 영양 부족에

시달렸고, 결과적으로 각종 염증과 신경과민, 현기증, 시력 감퇴, 구토, 경련 증세에 시달렸다.

반복적인 구토에 의해 위산이 끝없이 흘러나왔고 이로 인해 치아의 에나멜이 모두 벗겨져,

결국 치아를 잃기 일쑤였다. 어떤 기수는 안장 위에 올라타자마자 기절하여 말에서 거꾸로

떨어지기도 했다. 탈수증세로 인한 고열현상도 흔했고 선선한 날씨에도 몸을 식히는

얼음주머니를 사용했다. 또한, 실신이나 환각증세도 종종 일어났다.

어떤 기수는 하루 동안에 무려 6킬로그램을 줄였다(저체중 상태에서의 그런 감량은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 그는 비몽사몽 상태에서 경주에 승리했지만, 더 이상의 체중감량을 유지할

수 없었고 은퇴를 했다. 또한 그 후유증인 관절염으로 평생 고생했다.

육체 손상에 버금가는 정신적인 문제도 기수를 따라다녔다. 자신이 더 이상 감량을 시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 순간 “인생 최대의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린 기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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