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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사이트(insight)만큼만 책을 내라!
안녕하세요. 오상문입니다.
오늘은 출판사 이야기입니다. 국내 컴퓨터 관련 서적 출판사는 굉장히 많습니다.
컴퓨터 관련 출판사는 1980년대 중반부터 PC가 널리 보급되면서 그 수가 늘어나
1990년에는 밀리언셀러를 내는 대형 출판사도 나오기 시작합니다. 영진출판사의
초록색 MS 도스(저자 김우용) 책이 그런 예입니다. 당시에 IBM-PC 사용자라면
필수적으로 한권씩은 가지고 있던 책입니다.
컴퓨터와 IT 붐이 일면서 컴퓨터 서적 시장도 급성장을 하는데, 어떤 출판사
사장님 말처럼 "종이에 잉크만 묻혀라. 책은 알아서 팔린다."(파는 건 자신 있다는
의미)는 말이 가능한 시절이었습니다. 현재 중견 출판사의 상당수는 그 시절에
시작해 자리 잡은 경우가 많습니다.
호황기를 지나고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우후죽순 나타나서 잘 나갔던 출판사도
하나둘씩 사라지거나 규모가 줄어들게 됩니다. 독자들의 수준이나 기대치도 훨씬
높아졌고 누구나 인터넷과 같은 매체를 통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보았을 때 책이 덜 팔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990년대 중후반부터는 새로운 아이템과 출판 기법을
활용합니다. 텍스트 위주에서 비주얼 편집으로 돋보이게 구성하고, 단조로운
흑백 인쇄를 탈피해 컬러 인쇄도 나타납니다. 또한 컬러 인쇄에 맞게 용지에도
다양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 따라하기”와 같은 초보자를 쉽게 따라 배우는
방식이 인기를 끌었으며, 반면에 더 전문 정보를 원하는 고급 사용자를 위한
책들도 많이 나타납니다. 초보, 중간, 고급 사용자별로 구분하면서 분야도 훨씬
세분화 됩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 많은 출판사들이 있었는데 과연 책에 대한 순수
열정을 가진 사장님이 과연 몇 분이 되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책임감을 갖고
독자를 위한 책을 만들기보다는 돈이 될 만한 책을 만들어서 파는 게 다였던
분들도 꽤 있었을 겁니다.
책을 열심히 만드는 것과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그
둘을 모두 가진다면 더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분도
더러 있습니다. 그런데 그 둘을 모두 가진 분이 있으니 바로 인사이트(insight)
출판사 한기성 대표입니다.
인사이트 한기성 대표를 처음 만난 건 2004년 초에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출판론 강좌를 들을 때입니다. 사장님답지 않게(?) 강의에서 질문도 많이
하고 열심히 배우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몇 번의 모임을 가지면서 그 분이 인사이트 출판사 사장님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당시에 모임에도 나오고 강의도 열심히 듣던 분들은
지금도 계속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출판계를 떠나다보니 좀
도토리 신세가 되었습니다만. ^^;;
인사이트 출판사에도 방문해보고 여러 번 만나다 보니 참으로 책에 대한
장인정신이 있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책 한 권마다 심혈을 기울여
작업하더군요. 직원이 적기도 했지만, 워낙 작업을 세심하게 하니 기껏해야
1년에 몇 종만 출간했습니다.
당시에 아, 저분 책은 언젠가는 빛을 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인사이트 책은 수준이 있는 내용입니다. 초보를 위한 책이 아닌 것이
많으니 베스트셀러로 올라가기에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수준이 점점 고급화되면서 그런 책들도 언젠가는 좋은 빛을 볼 것이라고
저는 확신했습니다.
요즘 가끔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서 어떤 책이 나왔는지 판매량은 어떤지,
그리고 독자 반응은 어떤지 살펴봅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양질의
책을 내고 있고 독자들의 반응도 좋더군요.
최근에는 인사이트 사장님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아직도 그 때의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제는 IT 출판을 대표할 수 있는
중견 출판사로 발돋움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프로그래밍을 하는 분들에게
자신 있게 권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제 동생에게 인사이트의
책을 추천했듯이 여러분에게도 인사이트 출판사의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
2009년 12월 용인에서 오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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